추모시 /이창희
  글쓴이 : 이창희      날짜 : 09-05-28 11:36     조회 : 6285    
추모시 /이창희

당신은 초연한 촛불이셨습니다
가진 것 없이 빈 몸으로 태우는

당신은 장엄한 횃불이셨습니다.
가진 것 다 내놓으시며 어둠을 몰아내는

헌데, 이게 웬 가슴 찢기는 날벼락입니까
홀연히 떠나시다니요

지금도 문 밖에서 서성이며
다가오실 것 같은데,
믿을 수 없는 서거 소식에 심장이 터지고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참담한 고통입니다

누가 당신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기축년 5월23일, 동트는 새벽녘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 내릴 수밖에 없었던 절대절명의
막다른 길

그 무엇이 생의 벼랑으로 몰아넣었나요

그렇게 보내시는 게 아닌데
당신을 지켜내지 못한 자책으로
눈물이 가슴을 적시고, 땅을 적시고
온천지 적시는 피울음

아, 애통하고 분통하고 원통한 죽음이여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목 죄여오는 탄압에도 당당하게 정의를 외치는 사자후

가난하고 소외되고 힘없는 민초들을 위하여
정의롭게 투쟁하신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자
당신의 영전 앞에서 흰 국화를 바칩니다

당신의 뜻을, 당신의 노래를, 당신의 희생을
오래도록 기억 하겠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누가 당신을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훗날 역사는 말하겠지요, 그 진실을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는
절명시와 같은 한마디 말씀
유언처럼, 항거처럼, 운명처럼 남기시고
“오래된 생각”을 미쳐 펼쳐 보지도 못한 채
가엾게도 홀로 떠나셨습니다

지붕 낮은 흙집을 지으시고
농사도 짓고, 자연을 사랑하며 생태를 보살피는
어여쁜 마음, 낮은 마음

아이를 자전거 뒤짐에 태우고 다니시던
마늘 농사하는 촌노와 담소를 나누시던
동네 아낙들의 투박한 양손을 잡아주던

정 많고 따뜻한 이웃 아저씨
영원한 친구 같으셨던 분
소박한 농부의 꿈을 누가 빼앗아 갔나요

누가 당신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다”는 말씀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거룩하고 겸허한 순교자이십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거룩한 희생정신으로

당신을 닮아가겠습니다, 바보처럼
당신의 유언대로 따르겠습니다, 바보처럼

하이얀 찔레꽃이 흐트러지게 산화하는
잔인한 오월의 하늘아래

“홀가분하게 다 내려놓으시고”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2009년5월 28일 이창희시인/우리네기공클리닉 건강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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